- 축산경제신문 사장 -

국회가 1년에 한 번 중앙정부 각 부처 및 지자체, 정부 출연기관 등의 정책 추진과 예산 집행 등 의 전반을 감사, 공과를 따지고 시행착오나 혈세 낭비, 탈법 사례나 부정, 비리가 있으면 바로 잡아주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국정감사다.
이 같은 국감을 앞두고 동분서주하며 사전 준비와 공부에 만전을 기해 민생의 현실과 여론을 적극 반영함으로써 국민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는 의원들이 있는 반면에 준비나 공부를 소홀, 실망감을 주는 이른바‘국감 낙제생’의원들 때문에 씁쓸한 경우가 있다.
황우석 교수는 대한민국 축산계의 자랑스런 인물이고 전 세계가 우러러보는 학자인데 올해 국감에서 민주노동당 소속 모 의원 때문에 연구에 지장을 받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황 교수는 “난자 제공자의 명단을 제출해 달라”는 질의에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고 황당한 입장에 처하기까지 했단다. 격려는 못해줄망정 연구에 지장을 주는 질의와 요구는 지켜
보는 입장에서도 거북하고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농업인 협동조합이 정부 산하 기관이 아님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여전히 수감 대상에 포함되어 매년 국감을 받는 게 부당하다는 지적과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터에 모 의원은 법적으로 명시돼 보장되어 있는 농협의 축산경제대표 임기를 가지고 물고늘어지는 이상한 광경을 연출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 농·축협 통합 과정에서 당리당략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던 축산업협동조합 구심체의 대표성을 지니고 있는 게 현재의 농협 축산경제대표이며 축협조합장 대표들이 직접 선출하는 임기 4년의 직책임을 전혀 모르고 질의했는지, 아니면 알고 있으면서도 무슨 계산 속으로 물고 늘어졌는지 보기에 사나웠고 이해할 수가 없었다.
농림부차관으로 재직 당시, 마늘 파동의 책임을 지고 장관 대신 용퇴했다가 농진청을 거쳐 KRA 감사로 임명됐던 서 모 씨. 임기가 달포 남짓 남은 시점에 국감을 받았는데 4만 원짜리 등받이 방석 하나 때문에 국감장에서 곤욕을 치렀다.
질의 시간이 제한되어 있어 서면 질의로 대신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는데 고작 4만 원짜리 방석 하나를 구입했다고 초점을 맞춰 장시간을 할애 몰아세우고 질타를 곁들였어야 했는가. 질의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과 의문이 국감장 안팎에서 제기됐다.
충청북도 감사에서는 열린우리당 홍 모 의원이 현 도지사 이 원종 씨와 YS시절 정무수석을 혼돈, “불법도청의 책임을 지라”고 보도자료를 돌리는 웃지 못할 상황을 연출했고 한나라당 이 모 의원은 국무총리는 분명 집이 한 채인데 1가구 2주택이라고 지적했단다.
현 서울시장 흠집내기 성 질의라는 의심을 샀던 여당의 한 젊은 의원은 자기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시장에게 “이거 보세요"라고 질타하려다“어디다 대고, 누구에게 이거보세요 라고 하느냐”는 시장의 흥분과 적극 대응에 무안을 당하는 등 ‘국감 낙제생’전형을 보여주었다.
자기가 질의한 내용에 오류가 있거나 잘 못이 뒤늦게 발견되면 보좌진의 실수 또는 착오였다고 핑계를 대거나 면피를 하는데 보좌진이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만들어준 질의서를 대독하는 것으로 국정감사를 충실했다고 하면 아마 소도 웃음을 참지 못할 것이다.
입으로만 정책감사, 심도있는 감사를 외칠 게 아니라 평소에 국정 전반은 물론 자기가 소속하고 있는 상임위 소관 분야는 전문가들 이상으로 연구, 중요한 국정감사에 임하는 것이 기본 자세가 아닌가 본다. 내년 국정감사에서는 실소를 금치 못하게 만드는 진풍경이나 실수, 실망스런 국감 행태를 보여주지 말기를 바란다.
민의를 대변하고 정책에 반영하며 법을 만들고 심의하는 국회의원의 위상을 실추시키는 언행을 내년 국감장에서 국민들이 다시 접하지 않도록 노력을 특별히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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