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더 이상 되풀이 말자

갑신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 벽두는 새로운 계획과 목표를 향한 희망찬 발걸음의 시발점이다. 그래서 언제나 덕담이 풍성한 가운데 활기가 넘쳤고 희망과 기대가 부풀었다.
갑신년 새해 벽두 축산 및 연관산업계의 표정이 우울하고 어둡게만 비춰지는 것 같아 착잡하다. 희망찬 새해 인사와 덕담을 전하기가 쑥스러울 지경이다.
돌이켜 보면 우리 축산가족들은 지난해 참 다사다난(多事多難)하게 살았다. 경기침체 국면이 장기화, 축산물소비가 위축된 가운데 축산물 가격이 바닥에서 회복되지 않아 시름의 나날을 보내야만 했고 태풍 '매미'로 인해 애지중지 길렀던 수많은 가축들이 졸지에 살 처분되고 매몰되는 참담한 현장을 지켜보며 망연자실했다.
엄밀히 따지면 국내 축산물시장의 빗장이 풀린 후 지나간 10년은 우리 축산가족들에게 해마다 다사다난했다. 하지만 지난해만큼 어려웠던 때가 있었을까 싶다.
계미년이 저물던 시점에 발생해 전국으로 확산한 조류독감은 어려운 여건에도 굴하지 않고 희망을 버리지 않고 축산현장을 묵묵히 지키며 새해를 설계하고 준비하던 전국의 양계농가와 오리사육 농가들에게 충격을 안겨주고 연쇄도산 위기로 몰았다.
여기에 미국에서 날아든 광우병 소식은 설상가상으로 국민들의 불안을 키우며 파동을 더욱 심화했고 축산물 소비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축산물 소비가 가정은 물론 요식업소에서 동시에 기피되는 현상이 빚어진 파동은 해를 넘겨 진행되고 있고 또 한차례 우리의 축산업 기반을 뒤흔들 기세다.
조류독감과 미국의 광우병 발생 상황과 추이를 충격적으로 전하고 파동을 연일 주요 뉴스로 취급한 국내 주요 언론들은 방역체계의 허술함과 방역당국의 대처를 지적하고 질타했다. 축산당국과 방역당국은 언론의 지적과 질타가 일방적이라고 서운해하고 불만스럽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중앙과 지방정부의 방역체계는 물론 축산현장의 방역체계상에 문제점은 없었는지, 대처에 미흡한 점은 없었는지 철저하게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가축질병의 파괴력이 얼마나 가공하고 발생 시 심적, 물적으로 손실이 어느 정도로 수반되는가는 우리는 영국과 프랑스의 광우병 파동에서 실감했었다.
그래서 축산경제신문은 가축질병 방역의 중요성을 부단히 강조해 왔고 철두철미한 경계와 감시, 예방을 주문해 왔었던 것이다.
우리 축산물 수출은 현재 한우를 제외하고 거의 모두 중단된 상태다. 돼지고기는 구제역과 콜레라, 닭, 오리고기는 조류독감으로 수출길이 봉쇄돼 버렸다. 애써 개척하고 다진 수출기반을 가축질병으로 순식간에 잃어버린 채 내수마저 냉각됨으로써 심각한 국면에서 도산을 걱정해야할 처지다. 실로 안타까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축산물을 비롯한 먹거리의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신경은 하루가 다르게 예민해지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조류이며 각국의 공통적인 추세다. 먹거리 안전성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욕구와 기대는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커지고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문제가 발생하면 당장 외면하고 소비를 기피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제 안정성이 의심되거나 위생관리가 허술한 먹거리는 시장에 발을 들여놓지 못한다. 안전하고 깨끗한 축산물의 생산 공급은 축산업의 사활과 직결되는 관건이자 지상과제다. 축산물의 안전성은 가축질병 방역체계에 빈틈이 있는 한 결코 보장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방역체계 전반을 다시 한번 전면 재검토 재정비해야 한다. 우리의 축산농가들과 축산 및 연관산업계의 실정을 감안해 볼 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격의 대책과 대처가 되풀이될 경우 결단날 수밖에 없다. 여기서 강조해두고 싶은 것은 가축질병 발생 시 축산현장의 신고체계와 실태를 무엇보다 철저히 점검하고 파악해 달라는 것이다.
한번 발생하면 들불처럼 번지며 축산농장을 휩쓸고 축산물 생산에서 가공, 유통, 소비, 수출에 이르기까지 예외 없이 악영향을 파급하며 마비시켜 버리는 가축질병은 숨기고 덮어버리게 되면 모두가 공멸 할 수도 있는 엄청난 결과를 부르게 된다는 점을 분명히 재인식하는 노력도 각별히 기울여 줄 것을 거듭 당부한다.
우리 축산가족들이 당면한 어려움은 자력으로 극복하기엔 힘겨울 정도로 크다. 정부가 팔을 걷어 부치고 손을 쓰고 있긴 하지만 역부족이다. 따라서 소비자인 국민들의 지원이 절실한 실정이다.
그 지원은 섭취해도 전혀 문제가 없는 우리 축산물의 안전성에 대한 경계심이나 의심을 풀고 축산물 생산자단체 및 소비자단체 등이 전개하고 있는 소비촉진운동에 관심을 갖고 적극 동참해주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범국민적인 축산물소비촉진운동과 동참은 우리의 먹거리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축산가족들의 어려움 극복에 큰 보탬이 될 뿐만 아니라 특히 절망적인 축산농가들에게 새로운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만드는 활력소로 작용하게 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시름과 한숨 속에 갑신년 새해를 맞았을 전국의 축산가족 여러분께 부디 희망과 용기를 잃지 말 것을 부탁드린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더 이상 되풀이 말자'라는 메시지를 우리 모두에게 던지며 새해 아침을 맞는다. - 축산경제신문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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