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육계산업, 그 해법은 무엇인가

 
극심한 소비 부진에 하림 화재 여파가 확산되면서 산지 육계 시세는 겉잡을 수 없이 하락하고 있다. 6월 닭고기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4월 육용 전용 종계 사료 생산 실적은 2만1천1백 톤으로 전년 대비 10% 가까운 감소를 보였는데도 닭고기 소비의 위축으로 닭 값은 끝간데 없이 떨어지고 있다. 생산 원가가 ㎏당 1050원 정도인 고기값이 400원 대까지 추락하고 있으니 지엽적인 대책으로 회생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최근 하림의 익산 도계장 화재로 문제의 심각성이 증폭되긴 했지만 수급 불균형의 문제는 이미 1년 전부터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계속된 것이다. 2002년 6월 이후 12월까지의 닭고기 시세는 600원에서 800원 선에 머물고 있었으니 적자폭의 누적으로 업계는 말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려 왔었다. 육계 농가의 72%가 하림, 마니커 등 계열화 업체에 속해 있고, 계열화 업체들이 사료값, 사육비 등 생산비를 감당해 왔으니 그 업체들이 감당할 손실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따라서 계열화 사업 자체가 붕괴 직전에 와 있는 셈이었다.
작년말 육계 비축량이 590만수를 돌파, 2001년말 대비 두 배 가량 증가해서 이미 조절 능력도 상실한 상태였었다. 그런데도 너도나도 입식을 서둘렀고 종계나 닭고기 수입도 증가해서 이른바 공급과잉의 긴 늪에 빠진 것이다. 더구나 작년까지는 닭고기 소비가 매년 10% 소비 신장을 보여왔음에도 공급이 넘쳐 가격 하락이 장기화 됐었는데 이제 소비까지 둔화되면서 견딜 수 없게 된 것이다.
지금 하림 800여 계열 사육 농가들은 생존권이 걸려있는 중대 사안인 만큼 익산 도계장의 복구를 위해 관계 요로에 진정서를 내는 등 온갖 노력을 하고 있다. 사실 도매시장 기능을 해왔던 도계장의 부재는 바로 유통 기능의 마비를 초래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그 복구를 서둘러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근원적인 대책은 수급 균형을 어떻게 이뤄내느냐 하는 것이다. 생산업계에서 공급 조절을 해 낼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으면 언제든 이런 불황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도 생계 250만수 수매를 계획하고 있다 한다. 그러나 비축 사업이란 일시적인 조절 기능일 뿐이다.
당장의 수급 조절을 위해서도 계열화 업계와 종계 업체간의 대 협의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이와 함께 닭고기 소비 확대와 수출시장 개척 등을 위해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생산 농가 역시 일정 지분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종계 부화업계는 스스로 입란 억제를 위해 특단의 처방을 내 놓아야 하리라. 모두가 살기 위해 조금씩 희생을 감수하는 시민 정신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도대체 육계 시장이 1년 가까운 불황이 지속되는데도 별다른 대안도 없이 소비 시장을 예측도 못하고, 공략도 못하는 형편이었으니, 하림의 화제 사건이 없었다해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본다.
시장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농산물의 비교역적 기능을 인정받기란 불가항력일지 모른다. 따라서 농업도 시장에서 살아 남을 방법을 찾는 길 밖에 없다. 농산물의 특성상 5퍼센트 정도의 공급과잉이나 부족으로도 가격이 요동치게 되어 있다. 그런데도 수급조절을 위한 대비에 생산 농민들이 너무도 소극적인 것이다. 국가나 협동조합을 원망하면서도 기실 자신들이 그 책임의 주체라는 걸 깨닫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농업인들도 시장에서 살아 남을 농업을 생각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 서로 협동해야 한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사실 육계뿐만 아니라 우리 축산업 전반에 걸쳐 공급 과잉이란 구조적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생산자들이 힘을 모아 소비시장에 적응할 수 있는 수급기능을 작동시키고 적극적으로 시장공략에 나서야할 때이다.
정부가 이러한 구조의 정착을 위해서 방향을 세우고, 과감히 투자도 해주기 바란다. 최경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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