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말 「안동발 FMD 파동」은 축산업에 일대 변화를 가져 왔다. 호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전국으로 번진 FMD는 정부가 집계한 직접적인 손실액만 3조원을 넘었고, 돼지·한육우 350만 마리가 매몰됐다. 이동 제한 등으로 관광·요식업 등의 경제사정은 가히 폭격을 맞은 형국이었다.이러한 경제적 손실도 손실이지만 대동물들이 땅 속에 매몰되는 과정에 차출된 수의사·공무원·군 장병들의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후유증과 이를 지켜본 국민들의 충격 그리고 흘러나온 침출수로 인한 환경 문제는 축산업에 대한 극도
실제 군인이자, 레지스탕스 출신이며, 인도차이나 반도와 중국 대륙에서의 참전과 투옥을 경험했던 프랑스의 소설가 앙드레 말로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1933년 「인간의 조건」을 발표했다. 1927년 3~4월의 중국 상하이를 중심무대로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 간의 충돌 등으로 벌어지는 극한 상황 속에서 세 명의 주인공이 겪게 되는 참혹한 운명을 그리고 있다. 달리는 열차의 불화로 속에 던져질 고통스러운 최후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청산가리를 동료에게 선 듯 양보하는 한 테러리스트의 모습은 인간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성자이다. 끊임없이 저항하
10년도 더 지난 일이다. 신문사 후배가 “다 때려치고 농사나 지을란다”며 고향인 전남 고흥으로 훌쩍 떠났다. 그리고 얼마 후 취재 차 그곳을 찾았다가 그 후배 근황이 궁금해 만났다. 검게 그을린 살결. 가뜩이나 눈이 부리부리하고 각진 얼굴에 구릿빛이 더해지니 더욱 사나이 다운 모습이었다. 상여만 한달 세번 우렁찬 목소리에 사투리. “시골놈 다 됐네” 하니 껄껄 웃는다. 도시 직장생활에서의 찌든 모습이 아니어서 우선 좋았고, 딸만 셋인 그와 그 아내도 정말 행복해 보였다. 처음엔 도시에서 왔다고 배척하더니 한 달에 3번 정도 상여
“누군가의 지나가는 말도 그냥 넘겨지질 않고, 나를 보고 웃는 모습도 괜히 나를 비꼬는 것 같아서 속이 부글부글 끓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어. 퇴근한 후 집에 와서도 괜히 짜증만 내니까 마누라고 자식이고 눈치만 보고 있더라. 회사에서 아님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지만 그것조차 대답하기 짜증나. 웃으며 떠날 수 있길 몇 년 째 그렇게 지내고 나니까. 주변의 사람도 없고, 가정에서 조차 외톨이가 됐네. 내가 대체 왜 이러나 싶어서 술도 마시고, 놀러도 가 봤지만 마음이 쉽게 가라앉질 않았지. 오히려 속에 불만과 불안만 키워지
적막하다. 밤은 깊어가지만 잠이 오질 않는다. 벌써 몇 일을 그렇게 보낸다. 아침이 되면 출근을 하고, 일을 하지만 몽롱하다. 불면증인지 아니면 우울증인지…우스개 소리를 들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고, 한다 한들 입가로 번져질 리가 없다. 오히려 용서를 구해 한 달여를 집에서, 출근길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원 없이 울었다. 주변에서 어떻게 생각할지 알면서도 참을 수가 없다. ‘어쩌다가…’만을 읊조리다 시간을 보냈다. 세월호에, 총기난사에, 또 윤일병 사건에…. 너무 가슴이 뭉쳐서 주먹으로 가
농협중앙회가 「판매농협」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타 조직 등과 협력사업을 본격화하면서 농업경제나 축산경제에 ‘MOU맺기’ 붐이 일고 있다. ‘농업인이 없이는 농협의 존재가치가 없다’는 취지에서 농업인의 실익을 높이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그 방법의 일환으로 자체 계통조직의 활성화는 당연한 일이고, 전국의 유통망을 소유하고 있는 대형유통업체들이나 백화점 등과의 유기적 연계 또한 환영할만한 하다. 작은 조직이 생존하는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인 것은 내가 가지지 못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특화된 다른
선교센터를 통한 의료자원봉사를 하겠다고 북아메리카 카리브해에 위치한 아이티공화국으로 훌쩍 떠난 딸에게서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치안이 불안해 위험하다고 그렇게 말렸지만 가기 전 얼마나 안전한지를 조목조목 설명해 주고, 그곳에서의 활동을 자세히 적어 준 그녀에게 그저 고맙고 대견하기만 했다. 자신이 더 부끄러워 축산생산자단체들이 벌이는 이웃사랑의 나눔운동과 세월호 참사의 고통을 현지에서 유가족들과 함께 겪으며 봉사가 무엇인지를 일깨워준 많은 자원봉사자들. 마음으로는 존경한다면서도 몸으로는 결코 실천하지 못한 자신을 오히려 나이 어린
경북 의성군 돼지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됐다. 결국 오지 말아야 할 것이 왔다. 정부는 24일 정밀조사한 결과 확진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가축질병 위기관리 표준메뉴얼」, 「FMD 긴급행동지침(SOP)」 등 관련 규정에 근거해 긴급 방역조치 등을 실시하는 동시에 농축산부에 상황실을 설치·가동하면서 세계동물보건기구(OIE)와 관련국가에 FMD 발생 사실을 통보하는 등 해야 할 모든 조치를 다 취했다고 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동안 노력 수포로 또 이번에 발생한 FMD의 혈청형 O type은 우리나라에서 접종하고 있는 3가
애피타이저로 나온 파릇파릇한 아스파라거스와 갓 구어낸 빵 그리고 고소한 양송이 스프로 입 맛을 돋구고 나면 약간 데친 당근과 콩, 저민 양배추, 바삭 튀겨진 돈가스 또는 입 맛에 맞게 구어진 스테이크에 달콤 짭초름한 소스가 뿌려진 메인 디시가 나온다. 여기에 잔 속에 갖가지 향을 담고 있는 와인을 곁들인다면 또 어떤가.식사가 끝난 후 아직도 입 안에 도는 감미로운 맛을 음미하면서 밀려오는 포만감에 행복감을 느낄 즈음 눈처럼 하얀 아이스크림 위에 뿌려진 초콜릿은 황홀한 색감과 달콤함이 더해져 몇 십만원이나 하는 호사한 정찬이 아니라도
어느 도시형 조합 주차장으로 관광버스 2대가 서서히 진입한다. 문이 열리고 머리에 흰 띠를 두른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팻말을 들고 우르르 내린다. 그 중 몇몇의 얼굴은 벌겋다. 아마 약간의 술을 마신 모양이다. 그들은 내리자 마자 곧바로 조합장실로 거칠게 올라간다. 직원들이 말리자 곧 몸싸움이 벌어진다. 몇 일 전 치러진 조합장 선거가 부정이라며 재선거해야 한다고 소리친다. 실은 새로운 조합장이 ‘무자격 조합원 정리’를 선거공약으로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1층 신용점포를 찾은 일반인은 무슨 일인지 궁금해 하면서 자신이 돈을 맡기는
군 당국은 지난 2일 동부전선 GOP 총기난사 사고를 일으키고 도주한 임 병장을 추격하던 도중 교전이 있었고 그 와중에 김 모 중위가 총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사실은 수색팀의 오인사격으로 부상당했다고 다시 말을 바꿨다. 임 병장이 “총기 고장으로 도주 중 총을 쏘지 못했다”는 진술에 따른 것이다. 군 당국의 어설픈 조사와 성급한 발표로 ‘어떻게 하던 책임을 회피하려는 속임수’라는 불신만 초래했다. 생명보다 보고 관심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 특위에서는 해경 소속 진도 연안해상교통관제센터(VTS) 직원들이 사고 당시 내부 CCT
수비 위주의 진형을 짠 홍명보 사령관은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은 사막 저 편을 바라보면서 한껏 고무돼 있었다. 수차례의 모의 전투를 치루면서 국민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던 그의 부대는 전날 얼음의 전사들과의 싸움에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했기 때문이다. 그 전투를 지켜본 국민들도 모의 전투에서의 우려를 접고 기대감에 부풀었다. ‘느긋하게 지켜보자’ 처음부터 개전 상대인 러시아와의 전투에 몰입했었다. 지지 않는 전쟁. 어차피 ‘사막의 여우’로 불리우는 알제리와는 이기겠다고 작심한 전투였다. 유럽의 전사들과의 싸움을 보니 여우는 무슨
월드컵 시즌이다. 4년마다 이맘 때만 되면 지구촌은 공 하나에 울고 웃는다. 월드컵 본선 진출국도 아닌 나라에서 조차 월드컵 시청을 위해 휴교령이 내린다. 흥분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일도 부지기수다.무게 3.8kg의 금도금 트로피인 피파컵(공식명칭, 중흥기를 이끌었던 3대 회장 줄 리메 이름을 따서 「줄 리메 컵」이라고도 한다)을 들어 올리는 일이 무슨 대수인데 전 세계 지구촌을 달구는 것일까. 어른스러워진 응원 전국민 전국토를 붉은 물결로 수놓았던 2002년 한일월드컵의 추억을 되새기며 올해도 어김없이 응원물결이 넘실거린다. 달
2년 전 이맘때 한 방송국에서 인턴생활을 하던 아들 친구와 저녁자리를 가졌다. 당시 그 방송국은 사장과 노조 간의 갈등으로 제작 거부가 한창이었다. 짬을 내 저녁을 들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아버님 저는 기자를 평생의 업으로 삼고 싶은 데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닌 모양입니다. 학교에서 배운 언론과 직접 안에서 본 언론이 많이 다르더라구요.” 그 친구 녀석은 한숨을 쉬었다. 애정부터 익혀야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려는 녀석의 곤혹스러움이 귀엽기도 해서 잦은 농담을 했다. 그러나 역시 고민이 컸던 모양인지 “도대체 기자는 어떤 자세를
주방에서 아침을 준비하느라 부산한 아내의 모습을 보면서 “당신 오늘따라 참 예뻐 보여” 한마디 하자 눈을 부라리면서 “이 잉간이 미쳤나” 한다. 하지만 식탁 위에 놓는 접시나 밥그릇 소리가 사뿐하다. 출근길이 가볍다.남편이 출근하고 나자 아내는 재빨리 안방으로 들어가 거울 앞에 서서 펑퍼짐한 몸매를 쳐다 보고 머릴 매만지면서 “내가 요즘 살이 좀 빠졌나?” 웃는다. 잘나가던 처녀 때의 모습을 떠올리며 잠시 우쭐거린다. 그리곤 다시 거실로 나와 전화통을 붙잡고 시집간 딸에게, 친구에게 남편이 한 이야기를 자랑삼아 서너시간 씩 떠들어
‘당신이 정치를 혐오해 권리를 포기하면 그 혐오하는 나라에서 살 수밖에 없다’ 유럽에서 선거 때가 다가오면 투표 참여를 권장하면서 쓰는 말이다. 스스로의 권리를 포기했으니 받아야 할 혜택에 이래라 저래라 할 권리도 없다는 뜻이다. 또한 자신이 혐오하는 정치판을 묵인했음으로 그에 대한 대가는 당연히 치러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보다 강력한 메시지가 또 있을까. 세월호 현재진행형 세월호 참사로 먹먹했던 가슴과 눈물은 한 달여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진행형이다. 아직도 차가운 바닷 속에 10여 명의 실종자가 남아 있기 때문이기도
“슬하에 우산장수와 짚신장수인 두 아들을 둔 한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짚신장수 아들은 공치고, 반대로 날이 개면 우산장수 아들이 공치기 마련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비가 오라고 빌 수도 그렇다고 날이 개라고 빌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언제나 걱정을 안고 사는 가련한 신세가 그 어머니의 운명이었습니다.” 이익 집착땐 갈등만 「우산장수와 짚신장수 어머니」이야기인데 여기에 조금 더 보태본다. 하도 고민을 하는 아내를 보고 있던 남편이 묻는다. “뭘 그렇게 고민을 해? 비오는 날에는 우산파는 아들 놈에게 수익금의 일부를 떼어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보여준 이 사회의 ‘민낯’으로 국민들은 지금 충격에 빠졌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뭐 놀랄 일도 아니다. 우리가 여지껏 어렴풋하게 나마 알던 일들이 확인됐을 뿐이고, 알면서도 남의 일인 양 슬쩍 넘어갔던 우리들 행태의 결과에 스스로 놀랐을 뿐이다.많은 이들이 ‘미안하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정부와 대기업 그리고 정치인들의 세계와 대다수 국민들의 세계가 ‘서로 사맛디 아니할 세’라는 것. 부정과 부조리와 불합리에 부패와 불법·탈법을 판치게 놓아둔 죄 때문에 우리는 미안해 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반격의 토대가 된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위해 프랑스의 한 해안에서 상륙 도중 사망한 「라이언」이라는 이름이 본토 전사자 통지서를 작성하는 부서에 올라온다. 부모에게 보내는 편지를 작성하던 여직원은 우연히 3명의 형제가 각각 타지에서 사망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상급자에게 달려간다.상급자는 한 홀어머니의 4형제가 모두 참전 중이며, 그 중 3형제의 사망이 확인됐고, 마지막 1명의 라이언은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임을 알게 됐다. 부랴부랴 그 한 명의 라이언을 살려 어머니의 품으로 되돌려 보내야 한다는 결론을
경남에서 20여 년 째 한우를 키우고 있는 A씨는 여러 종류의 가축을 키우다 주변의 권유로 모두 내다 팔고 한우 한 축종에 몰입했다. IMF가 터져 생활이 어려운 영세농가들이 내다 파는 어미 소와 송아지를 빚을 내서 구입했다. 조금만 버티면 그것이 많은 이익을 내 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한꺼번에 물거품 어떤 땐 구입한 어미 소가 임신을 한 적도 있었다. 그땐 횡재였다. 그 후 몇 년이 지나면서 400여 마리로 불어났고, 소 값이 다시 정상화되고 더 올랐다. 그동안 두 명의 자녀들도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다녔다. 자금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