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전두환 군사정권 시절엔 대학가와 도심가는 하루가 멀다 하고 매캐한 최류가스가 떠다녔다. 거리를 걷는 시민들은 손수건으로 코를 가리고, 어린이를 동반한 주부들은 행여 아이들이 힘들어할까봐 얼굴을 싸매줬다. 특히 대학가에 위치한 주택이나 상가는 최류탄과 돌, 그리고 화염병 등으로 견디기 힘들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은 전투경찰이나 하얀 하이버를 쓴 시위학생 체포조인 ‘백골단’에게 쫓기는 학생들을 숨겨주고, 때리지 말라고 역성까지 들어주고, 챙겨줬다. 심지어 힘내라고 물도 나눠줬다. “변화의 주체가 되라” 교내 시위
“신문 잘 보고 있어요. 별 일 없으시죠?”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열혈 여성 낙농인이자, 나에겐 ‘에너지 바이러스 전파자’로 인식되고 있는 지인이 카톡으로 안부를 물어왔다. 가끔씩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등을 나누던 사이인지라 무척 반가워 잠시 카톡을 주고 받았다.“어떠세요, 요즘은?”이란 질문에 “오돌오돌 떨면서 지내요”라고 했다. “요즘 추위가 많이 가셨는데…추위를 많이 타시나 봐요?” 그냥 던진 한 마디에 그는 “FMD 때문에 집에서 한 발자국도 나가기 힘드네요”했다. 그는 나의 질문을 농담으로 받아들인 모양새지만
농협중앙회는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로 실의에 빠진 농업인 피해복구 자금 지원을 위해 ‘농림수산업자 신용보증기금(이하 농신보)’이 적극 나선다고 7일 밝혔다.농신보는 AI 피해를 입은 가금류 농가의 입식 지원을 위해 특례보증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지원 대상은 행정기관에서 정책자금을 배정 받은 농업인, 농수산단체(법인 포함)다.우선 피해복구비 지원을 위한 ‘농어업재해대책자금 신용보증’을 피해금액 범위 내에서 최대 3억원까지 100% 전액 보증지원하고 신용조사를 간소화하되, 동일인에 대한 보증한도 개인 10억원, 법인
사상 유례 없는 AI 발생으로 국가 경제의 한 축이 흔들리고, 2월 1일 현재 3200여 만마리가 살처분 매몰되면서 직접적 손실을 입은 가금농가의 고통도 고통이려니와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또 축산업에 대한 ‘혐오감’로 다가온다.나눔이다, 환경개선운동이다, 축산업 종사자들이 자정 노력으로 국내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조금씩 없어질만 하면 악성가축질병의 재발로 그동안의 노력이 헛수고로 끝나는 ‘되풀이’가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노력에 찬물 AI 신고가 잦아들 즈음 한 가금단체의 ‘2017 VIV ASIA 태국 종합축산박람
농촌경제연구원의 ‘2017 농업전망’에 따르면 올해 농업생산액은 2016년 대비 0.8% 증가한 43조2770억원으로 추정됐다.곡물·채소·과실·특용류와 기타를 합친 재배업 생산액은 1.3% 감소한 24조3420억원인데 반해, 한육우·돼지·닭·계란·젖소·오리 등 축산업의 생산액은 3.7% 증가한 18조9350억원이다. 생산액의 증가를 축산업이 밀어올린 형국이다. 축산업은 약진 거듭 또 농업 부문의 부가가치를 보면 2016년 대비 1.3% 증가한 26조5650억원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재배업이 2.2% 감소한데 비해, 축산업은 사료비가
1999년 RPC(미곡종합처리장) 문제로 일본 군마(軍馬)현을 방문했을 때였다. 당시 젠노(全農)의 한 관계자는 일본의 가정이 핵분열로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데다, 식생활의 서구화가 진행되면서 쌀 과잉 생산이 시급한 과제라고 설명했다.그의 말을 빌리면 일본 정부는 30% 쌀 생산 감축 운동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1인 가구에 맞춰 쌀의 소포장도 급격히 늘었다고 한다. 마트를 방문한 결과 1리터, 500밀리리터 종이팩에 쌀이 들어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처음엔 우유팩으로 알았다가 쌀인 줄 알고는 참신하
“열이 난다고 거짓말도 못하겠더라구요. 요즘은 의료기술이 발달돼 그 자리에서 내 몸에 열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이 되니 말입니다. 엄살이 들통 나자 타미플루 한 갑을 쥐어주고 작업 전 한 알을 먼저 먹으라고 합디다. 작업이 끝난 후에도 6일 동안 매일 먹으라고 당부합니다. 만일의 인체 감염을 우려해서였습니다.6명이 비닐하우스 한 동에 사육되고 있는 산란계 종계 3000여 마리를 할당받고 살처분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일반 닭과 크기와 무게가 다르고, 원래 닭이 가만히 있지를 못하니 처음엔 어쩔줄 몰라 땀만 뻘뻘 흘렸는데, 시간이 지나면
새해 새 아침을 맞으면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새로운 마음으로 새 인생을 설계하면서, 부정보다는 긍정을, 절망보다는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의 새해맞이다. 그래서 친지들이나 지인들에게 “새해 복 많이 받아라” 또는 “하는 일들 모두 잘되길 빈다”는 등 웃으며 덕담을 나눈다.하지만 특히 올 정유년 새해, ‘붉은 닭의 해’에는 희망을 노래하고 싶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다. 병신년 한 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국민 대다수가 심한 스트레스로 우울증과 울화병에 시달린 데다, 공교롭게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전국 확산으로
2-1 연말연시가 되면 오랜만에 집안을 정리한다고 법석을 떨기 마련이다. 묵은 것을 털어내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마음이 왜 평상시에는 안 떠오르다가 이 맘 때만 되면 불쑥 솟구쳐 오르는지 과학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분석해 본 적은 없다.아마도 끝과 시작의 연결고리를 끊고 싶은 마음인지 모르겠다. 아니면 뭔가 후회할 일들이 많은데, 해가 바뀌는 새해에는 그것들과 결별하고픈 생각은 아닐까? 하지만 그렇다고 후회할 일들이 지워지지 않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비판적 지성도 윽박 먼지가 수북이 쌓인 책장 한 구석에서, 아니면 골동품들과
7차례의 집회, 700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부정하고 부도덕한 소수의 것이 아니라, 이 땅 위에서 정직하게 사는 우리들의 것”이라는 선언의 촛불을 들었다. 그리고 12월 9일 마침내 국민의 손으로 대한민국 역사상 첫 ‘대통령 탄핵’을 이끌었다. 12년 전 국민의 ‘탄핵 거부’를 무시하고 국회에서 통과시킨 ‘탄핵 주역’이 그 대상이 됐다.거짓 해명과 술수, 진보와 보수 진영의 갈등 조장 등 눈물겨운(?) 저들의 안간힘도, 도도하고 거센 주권 주장의 촛불 앞에서는 백해무익했다. 진보고 보수고 진영과 관계없이 광화문에
농협중앙회의 모든 경제사업이 내년 농협경제지주로 이관된다. 협동조합에서 주식회사로 완전히 다른 편제로 바뀐다. 정확히 시점에서 말하자면 내년 3월 출범한다. 하지만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새롭게 개편된 조직으로 새해를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인사이동도 3급까지 올해 말에 모두 끝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때문에 농협은 지금 어떤 직원을 승진시키고, 이동시켜 어떤 자리에 놓을 것이냐로 심사숙고 중이다. 김병원 중앙회장이나 김태환 축산경제대표이사 모두 이번 인사가 자신들의 뜻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첫 기회다. 김태환 축경대표는 ‘파격’을
“아 또 죽었구나. 이제 무슨 수로 생업을 유지하나…”AI 발생 소식을 접한 가금류 농가들의 푸념이다. 일단 자신의 농장이든 주변 농장이든 한 번 터지면 그동안의 피땀으로 일궈놓은 전재산이 한순간에 날아갈 터이니 당연한 일이다.발생할 때마다 속수무책인 방역당국의 뒷북 행정은 물론이요, 처음부터 ‘농가로의 책임전가’ 결과가 뻔하니 농가로서는 복창이 터질 일이다. “왜 이놈의 정부가 하는 짓이 다 이럴까?” 화가 치솟지만 어디에 하소연도 할 시간이 없다. 책임전가 할 짓 아냐 철새가 원인이라는 데 왜 농가가 방역과 소독을
요즘 날씨도 미쳤다. 온도차가 널뛰듯 한다. 현 정부의 입장에선 북쪽에서의 미친 듯이 추운 강추위가 한반도로 상륙해 각종 집회를 망쳤으면 싶겠지만, 열화가 치미는 국민들의 감정은 이제 추위도 두렵지 않다. 전국농민회 등에선 토요일 광화문 집회 참여를 위해 2000여대의 트렉터를 몰고 상경 중이란다. 농민이 화나면 반드시 그 정권은 무너지게 되어 있다. 역사가 일깨워준 자명한 교훈이다.22일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도 여의도 국회의사당 근처에 1만5000여명의 축산농가와 생산자단체 관계자들이 모였다. 인파가 산업은행 측면을 돌아 수출입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의 전초는 그 해 5월 5일, 전국 신분회 모임에서부터다. 전국 신분회는 14세기 초에 생긴 기관으로 성직자·귀족·평민의 대표들이 모여 왕이 세금을 걷어도 좋다고 동의해 주는 역할을 한다. 그해 신분회는 175년 만에 처음 열렸다. 루이 14세는 툭하면 전쟁을 벌였고 15세도 여러 번 전쟁을 치뤘다. 그때 마다 패배하면서 나라 빚만 늘어 결국 외국에 손을 벌려 돈을 빌렸지만 이자 갚는 데에만 한해 예산의 절반 이상을 쓸 정도가 됐다. 소수만이 특권 누려 그래서 성직자·귀족·부유한 평민의 대표들을 불러서 토지
현 정권의 비선실세로 지목돼 온 나라를 뒤짚어 놓고, 전 국민을 자괴감에 빠뜨린 ‘최순실 게이트’의 정중앙에 있으면서도 집중적인 조명을 받지 않던 마사회와 승마협회가 마침내 압수수색을 받았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특혜지원 의혹에서다.지난 8일 최순실 의혹 검찰특별수사본부는 대한승마협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부회장인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 사무실과 주거지 등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와 관련된 의혹이 잇따라 제기됨에도 불구하고 겉돌기만 했던 수사의 칼 끝이 마침내 승마협회와 마사
‘비정상의 정상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2013년 취임 일성이다. 참 그럴 듯한 문장이다. 하지만 2016년 11월 현재 박 대통령의 연설문 곳곳에 쓰인 ‘비정상’이라는 말은 ‘최순실’이라는 강남 아줌마가 즐겨 쓰는 말임이 확인됐고, ‘창조경제’ 역시 ‘차은택’의 머리에서 나온 말임이 짐작된다.모든 것을 그녀에게 묻고 듣고 행해온 사실이 하나 둘 씩 밝혀지고 있는 시점에서 어느 것 하나 대통령의 소신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박 대통령 스스로 비정상적인 사고와 국정 운영을 해 왔음으로 정상이 비정상이 되고,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과정을
20세기 초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운동의 대표적 작가로 알려진 고바야시 타키지(小林多喜二)가 1929년 출간한 「게 가공선(蟹工船)」은 1937년 중일전쟁부터 1945년 패전까지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검거 대상이었다.한국전쟁 특수에 힘입어 고도성장에 취한 일본 사회는 그를 잊었고, 그의 책은 들고 다니거나 언급하기에 부끄러운, 촌스러운 시대의 유물로 여겨졌다. 그러던 그의 「게 가공선(蟹工船)」이 2008년 재출간됐을 때, 젊은이들로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한 해에만 50만 부가 팔리는 기록을 세웠고 지금까지도 ‘스터디 셀러
국내 토종벌의 씨가 마르게 생겼다. 2010년 전국 98%의 토종벌을 궤멸시키며 ‘토종벌의 에이즈’로 불리운 낭충봉아부패병이 지난 여름 다시 창궐한 데다, 꿀벌의 천적 해충인 ‘작은벌집딱정벌레’마저 출현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금 양봉농가들은 아우성이다.낭충봉아부패병은 서양벌의 경우엔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발현되지 않아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토종벌이 감염될 경우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09년 38만여 통에 달하던 토종벌의 98% 이상이 이 질병으로 폐사했다. 대책 마련은 했지만 농림축산식품부가 양봉산업을 녹
지난 6일 한국마사회 국정감사에서는 용산 화상경마장(장외발매소)을 강행하기 위해 불법 비자금 조성의혹, 국정감사 지적 무시, 방만 경영은 물론 현명관 회장의 사조직 논란까지 여느 국감보다 질책의 소리가 높았다.특히 최근 대형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미르’와 ‘K-스포츠’재단의 몸통으로 지목받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농촌의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주목받고, 축산발전기금을 적립해 대한민국 축산업 발전의 젖줄 역할을 해오고 있는 마사회는 지금 복마전의 불명예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이다. ‘무소불위 권력’ 질책 사실 “마사회가
지난 5일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 조재호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국장은 농협에 대한 이자보전 지원은 원칙대로 2017년 2월 이후로 끝난다고 못박았다. 그것이 농축산부의 공식입장이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은 명쾌했다.하지만 그것이 무슨 뜻인줄 알았을까? 해양조선의 늪에 빠진 농협중앙회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것이다. 고민의 흔적도 없고, 주저함도 없었다. 얼마나 당황했으면 의원이 장관과 차관도 같은 뜻이며 그들이 포함된 농축산부의 공식 입장이냐고 한 번 더 물어봤을까? 그제서야 조 국장은 “실무선은 그렇다”고 한 발 뺏고, 의원들은 가